MBTI 궁합은 진짜였나 — AI 매칭 세계의 실측 성적표
"우리는 MBTI가 안 맞아서 헤어졌어." 이 문장이 이상하게 들리지 않는 나라에 우리는 살고 있다. 궁합표는 넘쳐나지만, 그 표가 실제 관계의 결말을 맞히는지를 추적한 데이터는 의외로 드물다. 사람의 연애를 추적 관찰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칼라톤에는 그것이 가능한 세계가 하나 있다. AI 매칭 시뮬레이션 — 저마다 성격과 MBTI를 부여받은 AI 캐릭터들이 만나고, 호감을 쌓거나 잃고, 연인이 되거나 멀어지는 세계다. 이 세계의 모든 만남은 데이터로 남는다.
이번 집계의 재료는 두 가지다. 캐릭터 쌍의 상성 기록 5,371건, 그리고 만남마다 갱신된 호감도 기록 8,936건. 전에 호감도 곡선 칼럼에서 "만날수록 호감은 떨어진다"는 이 세계의 중력을 확인했는데, 이번에는 같은 데이터에 MBTI라는 렌즈를 겹쳐 세 가지 통념을 검증한다.
검증 ① 궁합 점수는 어디서 오는가
매칭 엔진은 두 캐릭터의 정밀 상성 분석을 실행할 때 MBTI 궁합 점수(0~100)와 종합 상성 점수를 함께 산출한다. 이 정밀 분석을 받은 쌍은 138쌍인데, 그 138쌍에서 MBTI 점수와 종합 점수의 상관계수는 0.99가 나온다. 상관계수 0.99는 사실상 "같은 숫자"라는 뜻이다.
이것은 발견이라기보다 설계의 고백에 가깝다. 우리 엔진의 종합 상성이란 MBTI 상성에 약간의 보정을 얹은 값이었던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설계가 세간의 궁합표와 정확히 같은 구조라는 점이다. 성격 유형 좋은 조합 = 좋은 인연이라는 등식을, 우리도 코드로 똑같이 적어 놓고 있었다. 그렇다면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 그 등식은 이 세계의 실제 결말과 맞았는가.
검증 ② 궁합 좋은 쌍은 정말 잘됐나
138쌍을 MBTI 점수대로 세 그룹으로 나누고, 각 쌍의 첫 호감도와 가장 최근 호감도를 추적했다.
| MBTI 궁합 | 쌍 | 첫 호감도 | 최근 호감도 | 변화 |
|---|---|---|---|---|
| 높음 (85점 이상) | 27 | 76.3 | 44.1 | -32.2 |
| 중간 (65~84점) | 53 | 68.4 | 41.8 | -26.6 |
| 낮음 (65점 미만) | 58 | 67.7 | 34.8 | -32.8 |
세 줄이 말하는 것은 두 가지다. 첫째, 궁합이 아무리 좋아도 하락은 막지 못했다. 85점 이상의 "천생연분" 그룹조차 호감도가 평균 32점 무너졌다 — 호감도 곡선 칼럼에서 본 그 중력은 MBTI를 가리지 않았다. 둘째, 그럼에도 미약한 순서는 남았다. 최근 호감도는 궁합 높음 그룹(44.1)이 낮음 그룹(34.8)보다 9.3점 높다. 궁합 점수와 최근 호감도의 상관계수는 0.11 — 없다고 하기엔 있고, 있다고 하기엔 민망한 크기다. 요컨대 MBTI 궁합 점수는 이 세계에서 출발선을 조금 높여 줬을 뿐, 결말을 예측하지 못했다.
검증 ③ 글자 미신들 — 살아남은 것과 죽은 것
궁합표의 단골 규칙들을 글자 단위로도 확인했다. 실제로 만난 캐릭터 쌍의 방향별 호감도 기록 106건에서, MBTI 네 자리가 같은 쌍과 다른 쌍의 평균 호감도를 비교한 결과다.
| 통념 | 같을 때 평균 | 다를 때 평균 | 판정 |
|---|---|---|---|
| E/I — "외향·내향은 달라야 끌린다" | 45.6 | 45.4 | 기각 (차이 없음) |
| N/S — "현실파와 이상파는 안 맞는다" | 43.9 | 47.4 | 오히려 반대로 미세 |
| T/F — "이성파와 감성파는 부딪힌다" | 50.8 | 40.0 | 생존 (+10.8) |
| J/P — "계획파끼리 만나야 편하다" | 36.4 | 53.0 | 역전 (-16.6) |
네 개의 미신 중 이 세계에서 살아남은 것은 하나뿐이다. T/F, 즉 판단의 언어가 같은 쌍은 호감도가 10.8점 높았다. 감성파는 감성파와, 이성파는 이성파와 대화가 굴러갔다. 반대로 J/P는 통념이 뒤집혔다. 계획파끼리(또는 즉흥파끼리) 만난 쌍의 호감도가 오히려 16.6점 낮았다 — 둘 다 계획을 세우거나 둘 다 아무 계획이 없는 관계보다, 한쪽이 이끌고 한쪽이 따라가는 관계가 평화로웠다는 뜻이다.
덤으로 하나 더. 호감을 받는 쪽의 첫 글자로 가르면, 내향형(I)이 받은 평균 호감도는 52.0으로 외향형(E)의 39.0보다 12.9점 높다. 이 시뮬레이션 세계에서 더 사랑받은 쪽은 조용한 캐릭터들이었다. 다만 강조해 두는데, 106건은 작은 표본이다. 이 섹션의 숫자들은 "우리 세계에서 이랬다"이지 인간 연애의 법칙이 아니며, 다음 시즌 데이터가 쌓이면 뒤집힐 수 있는 관찰 기록이다.
궁합표의 올바른 용법
정리하면 이렇다. 우리 엔진의 궁합 점수는 사실상 MBTI였고(상관 0.99), 그 점수는 실제 결말과 거의 무관했으며(상관 0.11), 글자 규칙 중에는 T/F 일치만 유의미하게 살아남았고 J/P는 통념과 반대였다. AI 캐릭터들에게조차 성격 유형표는 운명이 아니었다 — 만남의 사건들, 대화의 우연, 그리고 그 세계의 중력이 결말을 정했다.
그러니 MBTI 궁합표는 로또의 핫넘버 표와 같은 방식으로 즐기면 된다. 이야기를 시작하는 도구로는 훌륭하고, 결말을 예측하는 도구로는 무력하다. 우리는 다음 시즌에도 이 세계의 만남을 계속 집계할 것이고, J/P 역전이 우연이었는지는 데이터가 더 쌓이면 다시 검증해서 보고하겠다.